▲안복자(주부)
내 인생에 처음이다.

시인을 이렇게 가까이서 만난 것과, 함께 탐방을 하며 대화를 나누고, 함께 차를 마시며 시간을 공유하는 것 말이다.

내게는 역사적인 사건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다.

담임선생님으로부터 글짓기에 대한 지식을 배웠고, 원고지 여러 권을 모아서 ‘글모음집’을 만든 것도 그 때였다.

또한 그 해 가을쯤에 시작한 효행글짓기대회에서도 처음으로 상을 받았다.

이후로 독후감이며, 동시, 산문 등을 열심히 쓰기 시작했고, 일기 또한 내 삶을 조명해 나가는데 큰 일익을 담당했다.

중학생 때는 백일장대회에 몇 번 나갔는데 그 때마다 당선이 됐던 기억이 지금도 가끔씩 행복감에 젖게 한다.

국어시간에 외웠던 시들이 지금도 내 영혼 어딘가에 알알이 박혀 있다가 이번처럼 멋진 시간에 초대되었을 때 컴퓨터 모니터화면에 출력되듯 되새겨 지는 것이었다.

나해철 시인, 처음으로 작가의 시와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놀란 것은 나의 어린 시절과 또한 그 당시에 가졌던 생각들, 느꼈던 고독감 등이 너무나도 닮았다는 것이다.

고향에 대한 어두운 기억과 그리움, 고향사람들에 대한 연민, 포구에서 맡았던 고향의 향내들, 엄마의 부재, 사랑의 대체동물 염소 등등.

솔직담백한 시골스러운 시의 흐름에 영산포의 정경이 한 눈에 보이는 듯 했다. 영산포구에서 풍기는 비릿한 생선내는 차라리 고소하게 느껴졌다.

왕건호에서 바라본 영산강의 물결과 강가에 둘러쳐진 현대식 시멘트 건물들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것을 보면서 시인의 선상강연을 들었다.

시인의 눈웃음이 하마 너무 고와서 오라비 같은 정겨움이 들었다.
누군가는 그랬다.

시인은 처절하게 외로워야 ‘시’라는 새 생명을 낳게 된다고... 하지만 진정한 시인은 외로움에 묻히는 것이 아니라 그 외로움을 산고로 삼아 진정한 작품을 창조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배가 도착한 곳은 백호문학관, 그 곳에서 백호 임제 선생의 일대기와 작품들에 대한 해설과 관람을 하고 버스로 앙암바위까지 갔다.

계단을 올라 바위 위에 저리한 정자에서 또 한 차례 시인의 강연을 문답식으로 듣고 영산나루라는 고풍스러운 레스토랑을 방문했는데 무엇보다도 뜰 한 가운데 자리하고 있던 팽나무의 웅장함과 위풍에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250년이라는 긴 세월의 위력일까? 눈이 부실 정도였다.

우려낸 전통차와 떡 한 조각의 향연은 기가 막혔다.

귀족풍이 느껴지는 다과였다.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건물이라는 동양척식주식회가 문서고 건물을 개조해 사랑방 같은 다실을 꾸며놓았는데, 그 곳에서 어느새 시인과의 두 번째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시인은 詩에 대해서 짧게 명제를 내려주었다.

“시는 광대 같은 것입니다.”

참 재미있는 표현이다.

때로는 웃고, 때로는 울고, 때로는 심오하고, 또 때로는 단순쾌활한 시의 다중적 성격을 잘 묘사한 것 같다.

해가 어둑어둑해질 무렵 나주공공도서관 입구에 도착해 후기모임을 기약하며 악수로 작별을 했다.

시인과 함께 했던 행복감이 일주일 내내 내 삶을 충만케 했다.

기도했다.

주님! 이 가을엔 아름다운 사람들과 더 많은 만남을 갖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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