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준선 논설위원
가을이다. 가을엔 모든 생명이 한 해의 자기 진실을 나누어 가진다.

들에서는 벼들의 찬란한 일렁임이 마음까지 배부르게 하고, 과실들은 달디단 과육을 매단 체 가을 햇살 아래서 눈부시다. 한해살이의 공과(功過)에 따라서 결실은 탐스러울 수도 있고, 쭉정이뿐일수도 있다.
이 자연의 법칙은 돌려준다.

그래서 가을은 겸손의 계절이다.

한 시인(詩人)은 가을의 이 엄혹한 생명 질서에 바칠 것은 너무나 진실된 인간의 눈물뿐이라고 노래했다. <더러는/옥토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흠도티도/금가지 않은/나의 전체는 오직 이뿐!//더욱 값진 것으로/드리라 하올제//나의 가장 나중지니인 것도 오직 이뿐!>

한 사람의 인생 중에 가장 나중 지닐 것이 무엇인가?

그것은 명예도, 탐욕도, 돈도, 정치도 아니다.

사람이 가진 한계성을 깨닫고, 왜 나는 인간답게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보이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의 짐과 방해꾼이 되면서 살아왔던가? 하는 자책과 반성일 뿐이다.

신과 자연 앞에 바치는 눈물일 뿐이다. 그래서 자연은 우리에게 겸손의 미덕을 가지라 하는 것이다.
우리 나주에서 지역 화해를 해치는 일들이 계속되고 있다한다.

지난 지방자치 선거 과정과 결과에서 불거진 불신과 오해와 복수심 때문에 또다시 나주 시정이 정체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선거가 끝나고 우리 나주는 새로운 출발선상에 놓여있었다.

해야할 일들이 많았다.

그런데 선거로 갈리고 찢긴 마음이 아직 치유되지 않고, 선거 후유증은 계속되고 있다. 참으로 암담하다.
우선 선거 과정에서 밝혀져야 할 불법, 탈법 선거의 내용이 있다면 당연히 시비를 가려 결과를 겸허하게 수용해야 한다.

그러나, 당선자와 낙선자들 사이에 해묵은 흠집내기 경쟁이 아직까지도 계속되는 현실은 정치를 바라보는 나주 시민들의 정치혐오를 부추길 뿐이다.

하루 빨리 갈릴 것은 갈리고, 용서되어야 할 것은 용서되어야 한다. 언제까지 출발선상에서 머뭇거려야 하는가. 태양이 숨질때까지 할것인가?

제로섬게임(zero sum game)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경쟁과 다툼의 이득의 합계가 0인 결기를 말한다. 이 제로섬게임에서는 기대할 것이 없다. 경쟁의 상대나 경쟁자 둘 다 아무런 이득이 없이 피해만 있기 때문이다.

지금 나주에서는 주민들의 눈과 귀는 의식하지 않은 일부 정치인들에 의한 제로섬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피해는 나주 지역민들에게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이런 이전투구의 지방자치 모습은 천년고도 나주시의 발전에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시기 여러 해 동안의 정치 반목 때문에 우리 나주는 호남의 다른 지역보다 정체되고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아직 정체성과 후진성의 우리 자화상은 반성하지 못하고, 서로 자기 힘과 정치역량만을 뽐내는 정치인들 때문에 다시 우리 나주 지역민들이 화해하지 못하고 분열되고 있으니, 이는 통탄할 일이다.

이득의 모든 합계가 0인 경기가 아니라 더하면 더할수록 이익이 많아지는 논제로게임(non zero sum game)을 우리 나주 시정과 정치에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인가?

상호 이타주의 정신, 호혜(互惠)의 정신, 상생(相生)의 정신, 겸손한 자기 결단이라는 선진 정치의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정녕 힘든 일인가?

나주 정치인들이여!

이제는 겸손의 자연 질서를 배우자. 나주시민들이 진심으로 바라는 것은 바로 그것이다.
나주 정치인들이 그리고 행정가들이 먼저 모범을 보이자.

복수심은 또 다른 복수를 낳을 뿐이다.

우리 나주 시민들에게 나주민이라는 긍지와 자신감을 줄 수 있는 용단과 화해와 상생의 정치 비전을 바란다.

전남타임스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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