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홍어장수 문순득, 나주의 홍어대부 안국현
나주홍어 안국현 사장, 전라도 홍어의 참맛 전국화 시킨 ‘홍어명인’
오일장+매일시장 통합 ‘목사고을시장’ 탄생의 주역, 명품시장 우뚝
그가 표류 중에 동남아 각지를 떠돌며 조선의 홍어를 알렸다면, 대한민국에 전라도 특유의 삭힌 홍어를 알린 이는 나주 목사고을시장에서 나주홍어를 운영하는 홍어명인 안국현 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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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토박이인 안국현 사장이 홍어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71년 금계동 매일시장에서 숙부가 운영하는 홍어사업을 도와주다 아예 사업을 물려받으면서 시작 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홍어는 한 마리, 반 마리 단위로 통째 파는 것이 보통이었으나, 이것을 바로 먹을 수 있도록 손질해서 규격화 된 포장으로 팔기 시작한 것은 안국현 사장이 최초로 시도한 홍어마케팅이었다.
더구나 주문전화 한 통화로 홍어를 택배로 판매한 것 자체가 신기원이었다.
그러다보니 나주홍어에서는 하루 종일 동네아짐 너댓 명이 홍어를 썰었고, 포장된 홍어는 전국으로 팔려나갔다.
제사나 명절, 잔치, 상갓집 음식이 아니라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나 먹을 수 있는 일상의 음식이 된 것이다.
그 후 홍어를 찾는 손님들이 늘면서 안국현 사장은 남도를 대표하는 맛집으로 영산포에 홍어1번지 식당을 운영하게 됐다.
예전에는 홍어를 먹는 방법이 회 아니면 무침, 찜, 애국뿐이었는데 지금은 열 가지 이상의 요리가 미식가들의 입맛을 자극하고 있다.
나주홍어는 그런 점에서 국내 최초의 홍어전문점이라는 닉네임을 갖게 됐다.
임금님 진상품 홍어, 지금은 지역경제 버팀목
예로부터 나주홍어는 임금에게 진상하던 귀한 음식이었다. 특히, 영산포에서 특유의 비법으로 숙성시킨 홍어는 숙성 정도에 따라 각각 다른 맛을 내면서 한국전통요리의 최고급 요리로 인정받고 있다.
그렇다면 삭힌 홍어의 유래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안국현 사장의 설명을 들어보았다.
영산강은 바다의 밀물과 썰물이 이곳까지 밀려오기 때문에 멀리 목포나 흑산도에서 잡은 홍어를 배에 싣고 강 하구부터 밀물 때에 맞춰 배로 올라오고 썰물 때 맞춰 배로 내려가던 천혜의 포구였다.
목포와 흑산도산 홍어를 모두 여기에서 매입해 전국에 판매하던 물류중심지였던 것. 또 서해 어민이 가져온 홍어를 곡창지대인 나주산 곡물과 바꿔 물물교환을 하면서 번창 했던 곳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숙성된 홍어가 많이 팔리게 되고 영산포홍어로 유명세를 얻게 되었다고.
특히, 삭힌 홍어 특유의 톡 쏘는 향과 알싸한 맛을 내기까지 홍어상인들의 노력은 참으로 놀랍고도 집요했다.
과거 흑산도는 홍어를 잡는데 며칠씩 걸리지만 목포는 앞바다에서 바로 잡아 오기 때문에 숙성과정을 거치지 않아 순하고 밋밋한 맛을 낸다.
하지만 영산포홍어는 영산강을 통해 흑산도로 나가 홍어를 잡기 때문에 돌아오는 며칠 사이에 숙성이 되면서 좀 더 자극적이고 알싸한 맛의 영산포홍어로 재탄생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한번 삭힌 홍어에 맛들여진 미식가들의 주문이 쇄도하면서 홍어상인들은 칠레산 홍어를 들여오게 됐으며, 자체의 숙성기술을 통해 나주(영산포)홍어를 브랜드화 하기에 이른다.
연구 거듭한 끝에 찾아낸 홍어의 참맛
홍어 원산지가 아닌 나주에서 홍어가 이처럼 나주를 대표하는 특산물이 된 데는 안국현 사장의 마케팅전략이 적중했기 때문이다.
안국현 사장은 홍어를 판매하는 궁리뿐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대한민국 많은 사람들이 부담감 없이 홍어를 먹을 수 있도록 할 것인지 연구에 몰두하게 된다.
수입산 홍어와 국산 홍어를 나란히 놓고 어떤 상태에서 가장 좋은 맛을 내는지, 국산홍어와 수입산 홍어의 맛의 차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연구하고 또 연구했다.
이런 노력이 40여년째 이어지면서 안 사장은 어느해 ‘홍어전도사’ ‘홍어명인’ ‘홍어산업의 대부’로 알려지게 됐고, 나주배와 함께 홍어를 나주대표 특산물의 반열에 올려놓게 됐다.
그리고 2007년 사단법인 대한명인문화예술교류회가 선정한 국내 최초 ‘홍어명인(07-183호)’에 등극했다.
지금도 목사고을시장과 영산포를 오가며 홍어상인으로서 왕성한 역량을 펼쳐 보이고 있는 안 사장은 “삭힌 홍어의 본래 맛을 살리고 다양한 미각을 충족시킬 전라도 홍어 특유의 맛을 연구개발하기 위해 홍어요리연구소를 개설해 학문적인 체계와 부위, 영양, 맛의 비법들을 집대성해 후세에 길이 남기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상인회 이끌며 목사고을시장 활성화의 견인차
정부는 2007년부터 전국의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시설 현대화사업을 추진해왔다. 그 와중에 안국현 사장은 금계동 매일시장 상인대표로서 총대를 매야만 했던 것.
천년고도 목사고을의 자부심이라고 할 수 있는 시내 한복판을 포기하고 상권이 미약한 변두리지역으로 시장을 이전해야 하느냐는 시민사회와 상인들의 반발에 부딪혀 번번이 좌초됐던 사업을 끝까지 밀어부친 결과 오늘의 목사고을시장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현재 목사고을시장 상인회장을 맡고 있는 안국현 사장은 오랜 기간 갈등과 소용돌이를 빚어온 금계상설시장과 성북오일장의 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냄으로써 재래시장 활성화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대형할인점과 농협의 유통시장 진출로 위기에 몰렸던 두 시장이 상인들의 통 큰 결단을 통해 110억여 원이라는 막대한 정부예산을 끌어들여 전통과 추억이 살아 숨 쉬는 전통시장으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그동안 장을 돌며 장사를 하던 ‘장돌뱅이’ 개념이 아닌 어엿한 1인기업으로서 상인회를 중심으로 다채로운 마케팅 전략과 친절교육 등을 통해 상도덕을 강화해나감으로써 언제든지 찾아오면 살거리와 볼거리, 즐길거리가 풍족한 기업으로 우뚝 자리매김해 나가고 있다.
이같은 노력의 결실로 나주목사고을시장이 2012년 전국 우수시장으로 선정돼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으며, 지난해에는 문화관광형 시장에 선정돼 올해까지 2년 동안 문화와 풍류, 관광이 어우러진 갖가지 사업으로 전국에 유명세를 떨치게 됐다.
그리고 올해도 지난 10월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주관하는 ‘온 국민이 단골되는 매력 넘치는 시장 만들기 캠페인’에서 최우수시장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거두었다.
매력있고 깔끔한 현대식 전통시장
현재 목사고을시장에는 매일시장동에 공설마트 40개 점포, 오일시장 112개 점포, 음식점 9개소로 161개의 점포와 노점 309개소,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서 있고, 상설 주차장 268면을 갖추고 264명의 상인이 함께하고 있다.
상인들은 ‘마트보다 싸게, 백화점보다 친절하게’라는 구체적 목표를 세워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마케팅을 펼쳐오고 있다.
안국현 회장을 중심으로 한 상인회와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시장활성화에 주력해 온 문화관광사업단의 노력이 있었기에 더욱 힘을 펼 수 있었다.
안국현 사장은 올해를 기점으로 상인회장직을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따로 다른 계획이 있는 것인지, 홍어사업에 전력투구하기 위한 것인지 아직은 그 뜻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안국현 사장의 홍어사랑과 목사고을시장 탄생의 주역으로서 공로는 내내 기억될 것이다.
/ 김양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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