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봉산언덕에 봄이 오면 부산 감천마을·통영 동피랑마을 부럽지 않을 듯

2천년의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자전거테마파크를 조속히 조성해서 시민의 품으로 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자전거테마파크는 구 나주역에서 구 영산포역, 구진포터널, 복암리고분까지의 폐선부지 약 6.1㎞를 자전거도로로 개설하고, 구 영산포역에는 철도박물관과 공원 및 휴식공간을 조성하고, 나주역에는 광주학생독립운동진원지 공원을 조성하는 등 영산강 수변공원과 연계한 굴, 땅, 강, 하늘 등 특색 있는 체험과 함께 영산강의 고대문화와 함께 생태관광자전거도로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폐선부지와 시설을 무상으로 사용키 위해서 철도청과 끊임없는 협상으로 무상사용 승낙을 이끌어 냈습니다. 이상과 같이 꿈과 희망이 있는 아름다운 나주를 건설 그리고 누구나 와서 살고 싶어 하는 인구 15만의 자족적인 도시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지난 2003년 7월 제79회 나주시의회 제1차 정례회에서 당시 신정훈 시장이 강인규 의원의 “나주시의 장기적인 발전전략은 무엇이냐?”는 시정질문에 대해 답변한 내용이다.

당시의 답변내용과 12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의 상황은 어떨까? 옛 나주역에서 영산포역을 거쳐 구진포터널을 지나 복암리고분까지 자전거는 씽씽 달리고 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나주역에서 영산포역까지 인공구조물과 시멘트로 포장된 자전거길은 조성이 돼 있으나 자전거 탄 사람은 보이지 않고, 영산포역에서 안창동 미천서원까지 아슬아슬하게 도로를 건너 연결은 돼 있으나 안창동에서 끊겨진 철로는 구진포 굴다리까지 도막도막 끊겨져 잡초 속에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 때 와인숙성공장으로 쓰니, 젓갈숙성공장으로 쓰니, 말잔치로 왁자지껄 하던 구진포터널은 15년이 다 되도록 이렇다 할 활용계획조차 세우지 못한 채 거미줄만 늘어가고 있는 상태다.

구진포터널 관광상품화 공염불

구진포터널은 1910년대 일제가 조선 수탈의 운송효과를 높이기 위해 호남선철도를 개통하면서 개설한 9개 터널 중 2001년 호남선복선화공사로 영산포역이 폐지되고 철로가 이설되면서 지금까지 놀리고 있는 터널이다.

거대한 암벽을 뚫고 벽돌을 쌓아 만든 터널은 그 어떤 충격과 천재지변에도 끄떡없을 정도로 견고하게 지어져 열차가 끊긴 지 12년이 지난 지금도 원형이 그대로 남아있다.

2009년 11월 제135회 임시회에서 당시 윤순홍 경제건설국장은 “구진포터널에서 청소년수련관을 경유하여 동점문과 동신대학교까지 연결되는 자전거 시범전용도로와 광주 풍암지구에서 우리시 금천면 신가교를 경유 산정 삼거리에 이르는 28km 구간의 광역자전거 시범도로를 연결하여 안전성과 연계성이 확보된 자전거도로 개설에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밝혔지만 공염불로 끝났다.

2012년에는 영산강을 따라 목포까지 연결되는 강변우회도로 개설공사가 진행 될 당시 전라남도는 강변우회도로와 병행한 자전거도로 개설을 위해 구진포터널을 철거하려고 했다.

하지만 구진포터널이 국내에서 보기 드물게 육로와 항로 열차가 교차하는 지점에 설치된 것으로 보존가치가 매우 높다는 여론에 밀려 철거계획이 무산되고 보존은 하게 됐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활용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나주시와 주민들 사이에서는 와인저장고 등 활용방안을 찾기 위해 용역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뾰족한 방안을 찾지 못한 채 새로운 관광상품으로 개발하거나 영산강을 비롯한 인근의 관광자원과 연계해 새로운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시설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지만 나타내 왔다.

한 때 구진포터널을 관광자원화하고 자전거도로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안창마을에서 선형이 변경되는 자전거도로를 회진마을 방향으로 영산강을 건너는 형태의 부교로 개설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구진포터널을 자전거를 타는 외지인들을 위한 쉼터로 개발하자는 의견, 갤러리로 개조하거나 족탕 등의 편의시설을 설치해 자전거동호인들이 나주를 지나치지 않고 쉬어가게 함으로써 새로운 소득창출을 노려보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구진포터널과 연계해 구진포장어타운을 조성하면 전국에서 자전거동호인들이 몰려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최근까지 시민들은 구진포터널 활용방안에 대해 동굴 프리마켓, 동굴카페, 동굴아뜰리에, 동굴패션쇼. 동굴음악제 등의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지만 누군가 패를 잡고 추진할 주체가 나오지 않고 있다.

고구려대 윤대근 교수는 “나주시에서 진입로만 정리하고 관리해주면 여름에는 시원한 공간, 겨울에는 따뜻한 공간의 구진포명소가 분명하다”면서 “누구나 들를 수 있는 산책길, 자전거길, 갤러리 공간, 작은 콘서트홀 등 문화가 만들어지는 공간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임성환 의원도 지난해 9월 제174회 정례회 당시 시정질문을 통해 “나주의 3대음식이라면 '곰탕, 홍어, 장어'라고 하는데 나주곰탕 거리와 영산포홍어의 거리는 활성화가 되어 가고 있는 반면, 구진포장어거리는 영산강사업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영산강일주도로’ 개설공사로 옛 모습을 잃고 철거된 채 상권이 쇠락해 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일대에서 영업을 해오던 업소들은 보전관리지역이어서 건축물을 지어도 식당영업을 할 수 없어 신축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폐석산 노봉산에 봄이 오면...

부산에 감천마을이 있고, 통영에 동피랑마을이 있다면 나주에는 노봉산 남교동이 있다. 영산강을 가장 가까이에서 굽어보며 아직 긴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묵혀 둔 강변 언덕배기 자그마한 포구마을.

노봉산 언덕에 올라 영산강을 내려다보니 나해철 시인의 ‘영산포’ 시도 떠오르고 이 곳이 탯자리였다는 정끝별(1964, 나주 출생) 시인의 ‘동백 한 그루’ 시도 떠오른다.

동백 한 그루

포크레인도 차마 무너뜨리지 못한
폐허(肺虛)에 동백 한 그루
화단 모퉁이에 서른의 아버지가
우리들 탯줄을 거름 삼아 심으셨던
저 동백 한 그루 아니었으면 지나칠 뻔했지 옛집
영산포 남교동 향미네 쌀집 뒤 먹기와 위로
높이 솟았던 굴뚝 벽돌뿌리와 나란히,
빗물이며 미꾸라지 가두어둔 물항아리 묻혀 있었지
어린 오빠들과 동백 한 그루 곁에서
해당화 밥태기꽃 함박꽃 알록달록 물들다
담을 넘던 이마에 흉터가 포도넝쿨처럼 뻗기도 했지
동백 한 그루 너머 무슨 일이 있었을까
아버지 밥상 내던지셨지 그릇들 깨졌지
아버지 서재 오래 비어 있었지
영산포 이창동 소방도로 되기 직전
포크레인이 아버지 대들보를 밀어붙이고
콜타르와 시멘트가 깨진 아버지를 봉인해버렸어도
탯줄 끝에 손톱만한 열매를 붙잡고
봄볕에 자글자글 속 끓고 있었지 저 동백 한 그루
오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가까스로 서 있었지
나 쉬하던 뿌리 쪽으로 고개를 수구(首邱)린 채

지난 2012년 10월 장행준 의원은 제159회 임시회에서 시정질문을 통해 “폐석산인 노봉산을 영산강사업이 마무리 되는 시점에 영산강 주변 개발사업으로 67만평 저류지와 맞물려 관광공원화 작업이 필요하다 생각되어서 몇 몇 관심있는 직원과 디자인 및 설계 전문가의 조언으로 조감도와 가 예산의 구조까지 설정하여 정책기획실에 설명하였고 시비로는 실행할 수 없어서 국·도비 확보를 위해 함께 노력해보자고 누차 강조해서 말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대답이 없고 현재까지 아무런 답도 듣지 못했다”며 “나주의 최고의결기구인 의회 의원들의 정책 및 사업대안에 대해서 논의의 가치도 없다는 것인지 이해할만 한 설명을 한번 듣고 싶다”고 일갈했다.

이에 대해 당시 임성훈 시장은 “노봉산 개발사업은 인근 저류지 개발과 함께 추진해 볼만한 사업이라는데 동의한다”면서 “노봉산 일대의 지질조사, 적정한 사업의 규모, 재원대책, 향후 운영방안 그리고 인근 관광자원과 연계방안 등을 포함한 경제성, 정책분석 등 종합적인 타당성 조사에 착수, 그 타당성이 확보되면 국비지원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그 계획이 나주시가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로부터 개발촉진지구로 최종 지정고시 돼 기반시설사업비로 국비 374억원을 지원 받게 됨으로써 실현을 앞두고 있다.

이 개발계획에 따라 영산강변 저류지체육공원 생태주차장조성(3개소, 8억원), 영산강산책로 및 노봉산 전망공원 조성(1㎞/25,397㎡, 56억원) 등의 사업이 추진된다.

영산강의 로망 동섬은 어디로?

영산강의 일출, 영산강의 일몰, 유채꽃천국 동섬...
사진 마니아들에게 최고의 비경으로 손꼽혀 온 영산강 동섬이 사라진 지 벌써 3년 째. 영산강사업으로 본 모습은 사라지고 비슷한 모양의 인공섬으로 만들어 놓은 동섬에 더 이상 기러기도, 원앙도 날아들지 않는다.

일요일인 지난 25일 오후, 영산강 둔치와 동섬을 잇는 나무다리 위에서 낚시하는 10여명의 강태공들이 잠깐 지켜보는 사이에 월척을 낚아 올리는데, 고기를 잡았다 놔주고, 잡았다 놔주고를 반복하는 것이 아닌가. 어른 팔뚝만한 물고기가 잡히는데 ‘베스’라고 한다. 토종물고기 치어를 닥치는대로 잡아먹는다는 생태계 폭군 아닌가?

물고기를 낚았으면 잡아먹던지 버리던지 해야지 왜 살려주느냐 했더니. 자신들은 스포츠로 낚시를 즐기는 것이지, 먹기 위해서나 생태계를 교란하는 외래물고기 퇴치를 위해 낚시를 하는 것이 아니란다. 참붕어, 누치, 빠가사리 같은 영산강의 토종물고기들은 어디 가고 반갑잖은 베스만 득시글거리게 됐을까? 지역의 뜻있는 단체가 나서서 영산강 토종물고기 살리기 운동이라도 펼쳣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산강 동섬도 놀릴 수만은 없는 나주의 관광자원이다.
나주시의회 장행준 의원에 따르면, 영산강살리기사업으로 투자된 사업비는 총 2조8천억으로 이 가운데 승촌보부터 죽산보까지 공사비가 1조7천억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승촌보의 경우 초창기때 주말에 1만 명 이상이 찾았는데 최근까지 사이클 인구가 늘면서 방문인구가 늘고 있는 추세다.

이 사람들을 나주에 관광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승촌보에서 나주대교, 목사골시장을 잇고 목사골시장에서 동점문과 나주천, 남산공원을 잇고, 거기에서 금성산으로 올라갈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그리고 내려가서 청소년수련관이 있는 학생독립운동기념관, 종합스포츠파크, 영산대교 건너편 저류지, 노봉산, 선창과 등대, 황포돛배를 잇고, 가야산과 천연염색문화단지, 석관정, 죽산보, 영상테마파크로 이어지는 수변관광자원을 개발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승촌보를 따라 유채꽃 동섬을 잇고 영산강저류지 갈대숲과 노봉산 언덕을 연결하고, 선창과 가야산 앙암바위, 천연염색단지, 석관정, 죽산보를 비롯 주몽세트장까지 영산강변에 산적한 관광벨트를 개발하고, 자전거길 중간 중간에 간이쉼터와 화장실, 음수대를 설치한다면 나주도 어엿한 관광명소로 발돋움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고 있다. 누가 구슬을 꿸 것인가가 관건이다. / 김양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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