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폐업보상 114억원, 지장물 보상 165억원, 폐기물처리비 48억원 등 총 327억원 있어야

빛가람혁신도시의 최대 골칫거리였던 악취 민원해소의 돌파구가 열렸다.나주시와 호혜원이 지난 6일 빛가람혁신도시 축산악취 문제 해결을 위해 축산업 폐업에 전격 합의했다.이날 강인규 시장과 호혜원 주민운영위원회 성만 대표는 ‘호혜원과 빛가람혁신도시의 상생발전을 위한 축산업 폐업에 대한 합의서’를 통해 현재 사육 중인 가축을 7월 31일까지 자율적으로 처분하고 농가별로 축사 등에 적치된 가축분뇨 처리하기로 했다.이에 대해 나주시는 올해 안에 가축 폐업보상금을 확보된 예산에서 지급하고, 부족분은 2016년도 예산에 확보 지급하는 한편, 지장물 보상금은 중앙정부, 전라남도와 협의 국·도비 지원에 최대한 노력해서 2017년까지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하지만 합의 이후 넘어야 할 산이 첩첩산중이다. 합의에 따른 사업을 추진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은 327억원에 이르지만, 현재 확보된 예산은 80억원이 고작이다.호혜원 폐업 합의 이후 해결과제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 주>

빛가람혁신도시와 호혜원

▲1965년 호혜원을 방문한 고(故) 육영수 여사(오른쪽에서 두 번째)의 모습
호혜원은 나주시 산포면 신도리 222번지 60여만㎡(약 21만평) 규모로 조성돼 있다.

거주자는 147세대 286명으로 이 가운데 한센인은 62세대 83명이다.

양돈 등 축산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호혜원은 빛가람혁신도시와 불과 600여m 떨어진 곳. 이곳의 가축분뇨 등에서 발생하는 악취가 혁신도시로 퍼지면서 입주 공공기관과 아파트 입주민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나주시가 호혜원 축산악취 농도를 측정, 판정한 결과 6등급 가운데 4등급인 강한 취기로 판명됐다. 일상적인 생활에 불편을 초래할 수 있는 수준이다.

마을 주민들은 악취의 가장 큰 원인으로 손꼽히는 돈사 등 축사를 매입하는 폐업보상을 하거나 적극적인 환경개선사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전북 익산 왕궁축산단지 사례처럼 농가를 집단 이주시키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

폐업 보상 등 ‘산 넘어 산’

나주시는 현재 가축폐업 보상비로 전남도 30억원을 포함해서 80억원을 확보하였으나, 호혜원 완전 폐업 보상을 위해서는 가축 폐업 보상금 114억원, 축사 등 지장물 보상금 165억원, 폐기물처리비 48억원 등 총 327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족예산 247억에 대해서는 열악한 지방 재정 여건의 어려움 속에서 모든 행정역량을 집중하여 국·도비 지원 등을 통한 다각적인 재원마련대책을 강구해 재정부담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나주시는 주민합의서(안)에 포함된 부족예산 2백억6천만원에 대한 예산 외의 의무부담에 대해 나주시의회에 동의안을 제출, 7월 30일 제184회 나주시의회 임시회 개회에서 호혜원 악취 해결을 위한 축산업 폐업 보상 주민합의에 따른 예산 외의 의무부담 동의안이 가결됐다.

나주시는 합의사항이 이행된 축산농가 순으로 현지 확인 후 가축 폐업에 따른 보상금이 단계별로 지급할 예정이다.

나주시-호혜원 합의서 살펴보니

▲축산업 이전(폐업) 보상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77조, 동법 시행령 제28조 및 시행규칙 제49조에 의거해 2015년 4월 주민동의에 의해 실시한 감정평가에 따은 ‘축산업 영업의 폐지에 대한 손실 평가액’과 ‘건축물 등 물건의 평가액’으로 보상하되, 우선 ‘축산업 영업의 폐지에 대한 손실 평가액’에 대한 보상금은 예산 범위 내에서 금년 내 지금하고, 부족예산은 2016년 본예산에 확보해 지급한다.

단, ‘건축물 등 물건의 평가액’에 대한 보상금은 국·도비 지원 등을 통하여 2017년 연말까지 지급하되 이 기한까지 지급하지 못할 경우 2017년 12월 현재 한국은행 기준 금리(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결정)에 의한 이자를 가산하여 보상한다.

▲나주시와 호혜원 주민대표들이 지난 6일 시청 이화실에서 ‘호혜원과 빛가람혁신도시의 상생발전을 위한 축산업 폐업에 대한 합의’를 체결했다.

▲주민운영위원회(개별 주민 포함)는 2015년 4월 확정 통보된 감정평가 금액을 초과한 보상금(재감정 포함)을 요구하지 않는다.

▲가축(동물 포함) 사육 농가는 모든 가축을 2015년 7월 31일까지 처분하여 수거한다. ▲축산업의 영업의 폐지에 대한 손실 평가액[축산업 이전(폐업)에 대한 보상금은 가축(동물 포함) 사육 농가가 가축처분(수거)과 축사(빈 축사 포함), 퇴비사 등 농장에 적치된 가축분뇨(퇴비, 액비, 축사 내 슬러지 등 포함)을 처리하고, 축산법상 가축 사육업 허가(등록) 사항과 가축 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가축분요 배출사설 설치신고 사항에 관하여 행정관서에 그 말소절차를 이행한 이후에 지급한다.

▲ 축산업 이전(폐업)에 대해 동의한 개별농가는, 본 합의서 작성일 이후에는 호혜원 내에 가축(동물) 입식 및 사육을 할 수 없으며(보상금 산정 당시 빈 축사 포함), 이를 위반한 경우 지급된 보상금은 환수하기로 하며 주민운영위원회와 개별농가가 연대하여 민·형사상 책임을 진다.

▲본 합의서 서명 전까지 나주시장은 나주시의회 동의를 받고, 주민운영위원회 대표는 가축농가(빈 축사 포함)의 개별 동의를 받기로 한다.

8년 전 호혜원 대책 살펴보니

하지만 나주시는 지난 2007년 4월, 호혜원 이전 중장기계획 학술용역 최종보고회에서 호혜원에 혁신클러스터산업 및 업무단지, 골프장, 전원주택단지, 실버타운 등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 가운데 혁신클러스터산업 및 업무단지조성 방안이 경제적수익성, 사업실현 가능성, 사회적 합의 도출가능성, 혁신도시와의 기능 비중복 등의 항목에서 모두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호혜원 개발대안으로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된 바 있다.

또한, 혁신도시 내 산업용지는 혁신도시 총 부지면적 4.0%로 이전 공공기관과 연계한 산업체의 업무 및 공장용지의 부족이 예상되고 있으며 나주지방산단과 인근 광주의 산업단지의 포화로 인해 산업단지의 추가조성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어 이 방안이 적합하다는 의견이었다.

당시 호혜원 이전에 따른 보상비는 토지와 건축물, 과수 등의 이식 보상과 분묘 등이 해당되며 520억원의 사업비가 필요할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8년의 세월이 지난 현재 호혜원 사업비는 폐업 보상비만 327억원이 소요되고, 주민들 이전까지 마치려면 토지보상비가 평당 200만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천 억 원대의 예산이 소요될 전망이다. 한마디로 배 보다 배꼽이 더 커진 상황이 되고 만 것.

호혜원 활용전망은?

이런 상황에서 신정훈 의원(나주·화순,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4월 빛가람혁신도시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혁신도시에 인접한 나주 호혜원을 빛가람 에너지밸리의 기업입지 및 주거공간으로 활용하는 ‘에너지 복합단지’로 개발해 줄 것”을 건의했다.

신 의원은 이날 강인규 나주시장과 함께 박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호혜원을 국비부담 없이 빛가람 에너지밸리 실현과 배후주거단지 조성을 위한 ‘에너지 복합단지’로 개발, 창조경제의 모델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정부의 개발을 요청하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건의문을 전달했다.

혁신도시 인근에 위치한 호혜원은 축산악취 문제 해결이 시급한 과제이며, 현재 혁신도시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축산농가의 폐업보상이 추진되고 있다.

신 의원은 호혜원을 ‘에너지 복합단지’로 조성해야 하는 필요성에 대해, “한전이 500개 기업유치를 추진 중인 빛가람 에너지밸리 구축을 위한 기업입지 및 주거공간으로 확보해 에너지밸리의 핵심기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역균형발전과 지역사회 환원 차원에서 혁신도시 개발이익금을 재투자하면 국비부담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에너지 복합단지’로 개발이 되면 혁신도시의 집값 안정과 신규택지난을 겪고 있는 광주권 과밀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1956년 최흥종 목사가 세운 호혜원

호혜원은 1956년 오방 최흥종 목사가 설립했다. 독립운동가이자 사회사업자인 최흥종 목사는 1919년 서울까지 가서 3·1운동을 주도하다가 투옥되었고, 1920년 광주 YMCA를 창설한 선각자였다.

그는 1932년에 한국나환자근절협회를 창설해 광주에서 5백여 명의 나환자를 이끌고 서울 총독부를 향한 대행진을 감행하기도 했다.

11일 만에 총독부 앞에 도착한 그들은 총독의 면담을 요구하며 7시간의 연좌농성 끝에 이미 나환자수용소가 있는 소록도 전체를 나환자를 위한 수용소로 만들고 치료시설과 문화시설을 확충하고 치료된 사람들이 재활해 갱생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제안하였다.

이렇게 해서 1939년 11월에 소록도에 나환자 갱생원이 개설되었다. 해방이 되자 그는 한국나예방협회, 삼애학원을 설립하여 농촌건설에 앞장섰으며 1956년 음성나환자들이 함께 살 수 있도록 호혜원을 만들었던 것.

이후 현 박근혜 대통령의 생모인 고(故)육영수 여사가 1965년 이 마을을 방문해 목욕탕 건립비를 기증했고, 1971년 두 번째 방문해 한센인들의 자립생활을 돕는다는 취지로 종돈 55마리를 기증한 바 있다. 주민들은 1975년에 육 여사의 추모비를 건립하고 매년 추모행사를 갖고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혁신도시 입주를 앞두고 악취와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막대한 예산 탓에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는 두 손을 들었고, 농림식품부와 환경부 등 중앙정부도 예산 지원에 난색을 보이면서 사업은 시작도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호혜원 주민들은 2013년 7월 박근혜 대통령에게 주거환경 개선 등의 지원을 호소하는 편지를 보냈다.

 “저희에게 다시 한 번 희망을 주십시오”라는 제목으로 보낸 편지에서 주민들은 박 대통령의 어머니인 고 육영수 여사와의 인연을 밝히며 전북 익산시 왕궁면의 한센인 자활촌 환경개선사업과 같은 정책적 배려를 요청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지난달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정부의 올해 추경예산안에서 빛가람혁신도시 북측진입도로(60억원), 호혜원 축사 철거비 보상(165억원) 등이 모두 빠져 호혜원 주민들은 물론 지역사회에 허탈감을 안겨주고 있는 상태.

이번 나주시와 호혜원의 축산폐업 합의로 혁신도시 최대 현안이었던 악취민원 해소의 물꼬는 텄지만 완전한 폐업과 호혜원 주민들의 이주대책을 이루기까지는 나주시와 정치권의 적극적인 행보가 요구되고 있다. / 김양순 기자 jntimes@jn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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