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들어 가는 지역공동체 ‘마을이 학교, 학교가 마을’

홍동면 환경농업마을 ‘풀무학교’에서 ‘농부들의 집짓기 협동조합 얼렁뚝딱’까지

‘성공하는 마을에는 그들만의 전략이 있다.’

최근 지역공동체 회복을 통한 마을 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사업들이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마을 주민 스스로 적극적인 공동체의식을 발휘해 지역의 자원을 발굴하고, 주민참여체계를 구축해 지속 가능하고 발전 가능한 마을을 만드는 데 힘과 지혜를 모으고 있다.

주민들의 닫힌 생활문화공간을 함께 나누는 열린 공간으로 만들어 지역주민에게는 더불어 사는 즐거움을, 방문객에게는 다시 찾고 싶은 친근한 마을을 만드는 것이 공통된 관심사다.

이는 최근 나주에서 일고 있는 도시재생의 뜨거운 열망과도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그렇다면 잘 사는 마을에는 과연 어떤 전략이 숨어 있을까?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 광주지사에서 실시한 ‘잘사는 마을의 성공 전략’ 현장탐방 취재수첩을 다시 한번 펼쳐본다. 먼저, 충남 홍성군 홍동면 환경농업마을로 떠나 보자. / 편집자 주

지역공동체 시작은 교육공동체부터

▲귀농·귀촌자와 방문객들에게 마을을 소개하는 역할을 하는 홍동면 마실이


충청남도 홍성군 홍동면은 3천800여명이 살고 있는 작은 시골이다. 이곳은 50~60년대부터 유기농 오리농법을 시작하고 마을 아이들을 위한 교육장을 만들었다. 더불어 기본적인 생활에 필요한 협동조합을 지역주민 스스로가 만들고 어린이집부터 대학까지 면단위에서 해결하고 있다.

마을 스스로 성공한 농촌 기반을 다지다 보니 어느새 전국에 성공한 농촌마을로 소문나기 시작했다. 이런 영향으로 최근 5년 사이 귀농·귀촌 인구 200여명이 마을에 정착했다.

지난 1958년 설립된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이하 풀무학교)는 ‘더불어 사는 평민’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세운 학교다. 풀무학교를 졸업한 마을 아이들은 다른 지역으로 떠나지 않고 마을에 남아 농촌을 이끌어가고 있다.

또 풀무학교는 농촌 기술을 자세히 가르쳐주는 교육기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2001년엔 2년제 과정인 ‘전공부’를 개설했다. 오전에는 인문학, 교양 과목을 가르치고, 오후에는 농업실습을 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농촌이 바쁜 여름엔 논과 밭 위주 현장실습을 중심으로 한다.

현재 조합원 3천여명, 자본금 250~300억원으로 추산되는 풀무 신협도 있다. 그 외 풀무학교 개교 50주년 마을 후원회를 통해 개관한 ‘밝맑도서관’, 여성 농업인 교육을 위해 세워진 ‘여성농업인센터’, 발달 장애 아이들이 다니는 ‘발달장애학교’ 등 다양한 교육기관이 있다.

▲청년 농부에게 토지를 빌려주고 인턴십을 통해 기술을 알려주는 ‘젊은협업농장’
귀촌 젊은이들로 마을 활력 얻어

마을을 돌아보기에 앞서 홍보관 역할을 하고 있는 ‘지역센터 마을활력소’를 방문했다.

이곳은 지난 2010년 세워져 공익적인 주민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며, 마을주민에게 개방된 회의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마을활력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동근 씨에게 더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이동근 씨는 “지역 공동체의 시작은 교육공동체로부터 시작한다. 홍동면은 50년대 풀무학교 개교를 시작으로 대학과정과 비슷한 풀무학교 전공부까지 마을의 일꾼을 양성하고 있다”며 “현재는 마을 내에서 치료를 받을 곳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의료 조합을 준비중에 있고, 마을활력소는 그 조직을 준비하는 설립 주체들이 사무공간으로 이용하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지역을 아는 것이 힘 ‘마실이학교’

▲마을에서 재배한 농산물로 직접 조리해 판매하는 홍동농협 로컬푸드직매장

지역 가이드 ‘마실이’의 안내에 따라 마을탐방에 나섰다. 홍동면은 지역을 알아가는 ‘마실이학교’를 운영하고 있어 귀농, 귀촌자 및 외부 방문객이 이해하기 쉽도록 지역 안내 체계가 구축되어 있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풀무학교였다.

이곳은 2년제 비인가 마을대학으로 농업과 인문정신을 배우며 마을일꾼을 양성하는 곳이다. 마실이는 “일만하면 소가 되고, 공부만 하면 도깨비가 된다고 하여 ‘소깨비한마당’을 열기도 하고, 실제로 이 학교는 오전에는 인문 교양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농사실습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풀무학교의 진정한 교육은 지역일꾼을 길러내는 것으로 지역 속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쌀 한 톨의 무게, 세월의 무게, 농부의 무게를 깨닫게 해주고 있다.

이후 일행들은 마실이와 함께 풀무학교전공부와 가까이 있는 ‘갓골 목공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2007년에 설립된 이곳은 귀농, 귀촌한 남자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이라고 한다.

갓골 목공실은 목공에 관심 있는 지역민들을 위해 목공교실이 운영되고 있으며, 지역에 필요한 가구, 책상 등을 주문, 제작하고 만들어내는 공간이다. 홍동면에 있는 나무로 된 가구들은 이곳에서 자체 제작된 것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방문하는 장소마다 비슷한 가구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주민 스스로 만들어 가는 마을

▲풀무학교 생협에서 만든 빵과 생활용품들
풀무학교 생활협동조합으로 발길을 옮겼다.

1977년 풀무식가공조합으로 시작한 풀무학교 생협은 지역 유기농산물을 이용하여 만든 다양한 가공품을 판매한다.

믿음직한 먹을거리를 이웃 식구들과 함께 나눈다는 것이다.

일행들은 생협 앞 작은 쉼터에 앉아 마실이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그는 “농촌이라서 아이들이 연필을 하나를 사려고 해도 1시간이나 걸리고, 시골에서 빵을 먹는다는 것은 상당히 힘들기 때문에 주민들이 이용하는 가까운 곳에 생협을 만들기로 했다”며 “유기농업을 하기 위해서는 순환농업시스템이 갖춰져야 하는데 풀무학교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생협은 지역 농산물로 만든 빵이 판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협의 주축은 학생들이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조합 활동에 반영하고 있다. 이들은 마을에서 빵이 귀하다고 판단, 지역에서 생산된 밀로 매일 낮 2시 갓 구운 빵을 사람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또 다른 창업생들은 유기농 축산을 통한 풀무우유, 요구르트 등 다양한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홍동면만의 문화로 마을 만들기

생협을 나와 오른편에는 생태원예조합 ‘가꿈’과 논생태학교 ‘논배미’가 있었다. 가꿈은 2003년 풀무전공부가 원예수업을 시작하게 되면서 건강한 일자리 만들기, 묘목 조사, 모종판매 등을 하고 있다.

어린 자녀들이 농업교육을 받을 수 있는 논배미는 다양한 생태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논식물 채집 및 관찰 활동을 한다.

또한 논과 밭과 친숙해질 수 있도록 마을에서 농사를 하고 있는 학부모가 직접 교사가 되기도 하고, 논생태 교육에 있어 가장 잘 알고 있는 주민 교사를 양성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풀무학교 개교 50주년 마을후원으로 지어진 ‘밝맑도서관’, 낮에는 어린이들의 천국, 밤에는 어른들의 쉼터가 되고 있다.

쉼터에서 짧은 휴식을 뒤로 하고 일행들은 다시 동네출판사 그물코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물코는 지역의 소식지, 회보, 협동조합에 관련된 책까지 출판하고 있고, 단순하게는 마을 사람들의 명함까지 제작해준다고 한다.

마실이는 “그물코는 더 크게, 더 빨리, 더 많이가 아닌 규모와 분수에 맞는 출판을 지향하면서 ‘느티나무헌책방’까지 운영하고 있어 농촌 주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책을 사 읽을 수 있다”며 “책값은 지역화폐(마을돈) ‘잎’으로도 지불할 수 있어 작은 통에 책 금액을 넣고 가면 된다”고 설명했다.

함께 만드는 마을경제

홍동마을은 협동조합을 시작할 때 마을에 필요한 것을 우선적으로 추진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동네 마실방 뜰’의 탄생이다. 동네 마실방 뜰은 마을에서 하나뿐인 술집으로 마을주민 100여명이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2010년 만들어졌다.

홍동면은 주민들이 필요한 공간, 공동체를 스스로 생각하고 의견을 제시하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목공소를 운영하고 싶어 했던 주민이 마을에 도움을 청하자 마을은 도움을 주는 조건으로 아이들과 청소년, 귀농해 온 사람들을 위한 목공교실을 제안했다. 이유는 목공교실을 통해 아이들과 귀농주민 스스로 자립성을 키워 마을 내 일꾼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경제사정이 어려운 청년 농부에게 토지를 빌려주고 인턴십을 통해 기술을 알려주는 ‘젊은협업농장’과 ‘협동조합 청촌’ 등도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그날 딴 야채를 직접포장 판매하는 홍동농협 로컬푸드직매장 등이 있다.

최근 홍동면은 의료생활협동조합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보건지소 보건의는 근무기간이 끝났지만 지역에 남아 마을 주민과 살겠다고 결정했다. 주민들은 이를 환영하며 의료기관을 만들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 김양순 기자 jntimes@jn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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