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윤 시인

라싸 가는 길목
경전이 적힌 오색 깃발을
테두리천으로 잇대어 재봉질하는 남자

한때 마방이었던 그의 발밑
기다랗게 늘어놓은 테두리천은
해 떨어지기 전 다다라야 할 차마고도
지상에서 가장 높은 길 걷던 발이
낡은 재봉틀 발판을 디딜 때마다
굽이 닿은 의자가 절룩거린다

궁을궁을(弓乙弓乙) 벼랑길이 그랬듯
느닷없이 끊긴 실, 침 묻혀 이어 가며
글 한 줄 모르는 까막눈으로
줄줄이 경전 엮어 낸다
이제 그의 교역품은
허공에 바람으로 흩어질 말씀

기워도 기워도 흔적조차 없는
가난한 말씀을 종일토록 박음질한다
새와 쥐의 길을 사람의 길로 바꿔 놓았듯
하늘에 가장 가까이 내걸릴
저, 허공장경(虛空藏經)!

바람 잘 날 없는 생은, 늘
경전 소릴 들을 것이다
그 어떤 주석도 달리지 않은 원문 그대로
한 올 한 올 풀리는
말귀 알아들을 것이다

 

타르쵸 : 경전을 적은 오색 깃발. 티베트의 높은 언덕이나 중요한 길목에 타르쵸가 걸려있다. 타르쵸가 바람에 날리는 소리를 일러 ‘바람이 경전을 읽고 가는 소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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