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흠

▲김황흠 시인
썰렁한 오일장 후미진 자리
질편하게 늘어놓은 잡다한 물건 중에서
만 원주고 산 풍경(風磬)

집 뒤 처마에 매달아 두었더니
바람따라
이 생각 저 생각으로 흔들리던 것이
날 차가울수록
은은하고 맑은 화음을 빚고 있다

나도
몸 안에 공이 하나 매달아 두어
부단히 치다 보면
저리 온전한 소리를 낼 수 있을까

이윽고, 동짓날 새벽
함박눈보다 달콤 조용한 소리로 깨어
눈꽃을 헤는 풍경(風磬)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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