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하
언제나 기다린 양 지켜섰는 장승을 불러
말을 걸려고 하면
유별나게 눈알이 튀어나온 사내장승과
입가에 헤픈 웃음 흘리는 계집장승이
서로 먼저 나서려 실갱일하다가 늘상
계집장승이 앞질러 눈짓을 했다.
그 눈매엔 장난기 아니면
다른 한 켠으로 직전에 실컷 울고난 다음
고쳐 짓는 눈웃음 자국이 남은 것 같기만 했다.
맨날 무얼 그리 찾아다니느냐고
무슨 까닭을 살기에 매양 얼굴빛이 사뭇 다르냐고
마을 나설 때와 들어올 때가 왜 딴판이냐고
나는 대꾸하려던 말을 돌 삼키고 발길을 재촉한다.
다가오는 집의 노오란 불빛이 아늑해 보였다.
들고나며 장승 앞에서
말을 배우고 하늘을 바라보면서 부터
장승과는 한 마을붙이로
노랫말도 떠올려 흥얼거리고 지내다가
지금은 머리카락이 제법 성글고 희어져
머나먼 타관을 비켜 지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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