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순

·나주출생
·전남대 졸
·언론인
·비단송 회원
주소를 남겨주세요
남도의 가을이 익어갑니다

주소를 남겨주세요
지금 당신의 마음이 머문 곳
그곳으로 남도의 가을을 보내드리겠습니다

허리 굽은 엄니는
벌써부터 가을걷이에 나섰습니다
당신에게 보낼 팥이며 돈부, 깨를 털어
항아리에 차곡차곡 쌓아둡니다

주소를 남겨주세요
남녘의 솔바람 편으로 실어 보내겠습니다
당신의 마음이 어디에 머물러 있건
그것은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이 가을, 어차피 우리는 그곳에서 만날 테니까요

봄부터 피고지고 반복하던
능소화도 가을볕에서 마지막 떨기를 피웠습니다

벽오동 나무 그늘에서 바라보는 하늘도
낡은 슬레트 지붕 너머 오랜 흙담 위에 핀 수세미꽃도
얼마 남지 않은 가을을 뜨겁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당신도 그러겠지요?

들일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엄니의 등으로
가을 햇살이 쏟아집니다

주소를 남겨주세요
가을을 한 꾸러미 보내드리겠습니다.

전남타임스 후원

저작권자 © 전남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