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강신주& 출판사: 민음사

 

▲이주완
이화독서회원(나주공공도서관)
강신주 그리고 양희정

 

인간의 감정을 마흔여덟가지로 분류하여 정리했다.

강신주의 감정수업은 그 감정에 적절한 소설을 찾아내어 그 대목을 인용하고 그 적절한 소설의 작가의 이력과 철학자의 어드바이스까지 가미된 책이다. 작가는 적절한 소설과 대목을 인용하는데 20세기 전후 외국의 수 많은 책을 접했을 것이다.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대체적으로 인문학이 전하는 메시지는 현재에 충실하고 현재의 자신을 돌아보고 깨달을 것을 주문한다. 이 책역시‘철학자 강신주가 읽어주는 욕망의 인문학’이다.

‘욕망’이라는 단어가 보여주듯 현재 좋은 감정은 유지하고 그렇지 않은 감정은 벗어나라는 내용어다. 인간에게 왜 이런 감정이 존재하는지 의문이지만, 책을 통해 그나마 알 수 있으니 내 감정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중요한 대목을 소개해본다.

10. 박애
커플이나 부부 사이에도 사랑의 원리가 훼손되어 있는데, 지역이나 국가 공동체의 경우는 어떻겠는가? 이런 시대에 전체 인류로 확장되는 사랑의 원리, 즉 박애의 정신이 어떻게 제대로 평가될 수 있겠는가.

연애에서부터라도 차근차근 사랑 연습을 하자. 상대방에게 아낌없이 자신이 가진 가장 소중한 것을 나눠주는 것, 이것도 연습이 필요한 시대니까.

▲감정수업

스피노자 : 박애란 우리가 불쌍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친절하려고 하는 욕망이다.

12. 회한
회한이라는 슬픈 감정을 떨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나중에 회한이 없도록 지금 과감하게 선택하고 당당하게 실천하는 것이다.

스피노자 : 회한이란 희망에 어긋나게 일어난 과거 사물의 관념을 동반하는 슬픔이다.

17. 동경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아직 움직이는 데 여력이 있다면, 과거에 피웠던 꽃망울에 대한 동경일랑은 접고, 지금 현재를 살아내야만 한다. 강력한 햇빛도 있을 것이고, 뿌리를 뽑을 것 같은 비바람도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여기에 당당히 맞설 때에만, 삶의 절정은 또다시 찾아올 것이다.

스피노자 : 동경이란 어떤 사물을 소유하려는 욕망 또는 충동이다.

19. 절망
절망은 냉철한 이성을 가진 사람보다는 우유부단한 성격의 소유자에게 더 자주 찾아오는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스피노자 : 절망이란 의심의 원인이 제거된 미래 또는 과거 사물의 관념에서 생기는 슬픔이다. (······) 공포에서 절망이 생긴다.

20. 음주욕
“이야기된 고통은 고통이 아니다.”라는 이성복 시인의 말이 옳다면, 유진 오닐의 작품은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그의 절절한 노력을 반영하는 것이리라.

스피노자 : 음주욕은 술에 대한 지나친 욕망이나 사랑이다.

33. 두려움
아픈 기억은 우리를 과거로 보내고, 지나친 염려는 우리를 미래로 던져 버리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두려움을 극복하고 현재의 삶을 향유할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가벼움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가진 것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가진 것, 즉 건강, 젊음, 직장, 애인 들은 모두 항상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혹은 언제든지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지금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은 잠시 내 곁에 있을 뿐이라는 것을 안다면, 미래에 대한 두려움의 감정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젊음이니 건강이니 모두 어느 사이엔가 떠날 걸 염두에 둔다면, 젊었을 때 그리고 건강할 때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 집중하게 될 것이다.

해고되든 내가 떠나든 간에 지금 회사에 영원히 있을 수는 없다는 걸 인식한다면, 직장 생활을 당당하게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랑도 애인도 언젠간 떠난다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지금 애인과의 근사한 키스에 더 몰입하게 될 것이다.

지금 내게 있는 어떤 소중한 것에 대하여 그것이 곁에 머물러 있으면 행복한 것이지만 그것이 떠나 버린다 할지라도, 그것을 상실로 받아들이지 말고 원래 상태로 돌아간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 그러면 안개가 걷히듯 어느 사이엔가 두려움이라는 감정은 여러분 곁을 떠나게 될 것이다.

스피노자 : 두려움이란 우리가 그 결과에 대하여 어느 정도 의심하는 미래 또는 과거 사물의 관념에서 생기는 비연속적인 슬픔이다.

마지막으로 에필로그에서 가족과 친구들의 반대로 결혼을 포기했다고 치자. 아무리 생각해도 그 사람과의 미래가 불안정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마침내 그녀는 사랑이라는 현재의 충만한 감정을 포기하고 미래의 안전한 삶을 선택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사랑의 감정은 바로 우리를 현재에 살도록 하고, 안전한 삶에 대한 생각은 우리를 미래에 살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안전한 삶을 위해 현재의 열정적인 감정을 교살하는 삶,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삶이 과연 행복할까? 절대 그럴 수 없다.

왜냐고?

지금은 미래로 보이는 때도 언젠가 우리에게 현재로 다가올 테니까. 그렇게 우리는 이미 현재가 된 미래에서도 또 다른 미래를 위해 ‘지금 이 순간’을 포기하게 될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미래에 더 큰 가치를 두느라 현재를 부정하는 삶이 이르게 되는 종착역은 바로 죽음이다. 이것은 유한한 삶의 진실이다.

그러니 현재 누려야 할 행복과 기쁨을 미래로 미루지 말라! 그렇다고 미래를 내다보거나 생각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니 적절히 받아들이기 바란다.

‘강신주의 감정수업’은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 생각하게 될 것이고 현재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 살피게 될 것이다.

전남타임스 후원

저작권자 © 전남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