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가영

배밭 가득 눈부신 봄볕이 속삭인다
하늘하늘 날리는 꽃바람이 향그럽다
아지랑이 속 피어오르는 꽃물결에
옛 고향의 기억이 꿈처럼 흘러든다

과수원집 안주인으로 사신 울 엄니
젊은 날을 이화도화 꽃물결 속에서
몸빼바지 입고 뜀박질로 사셨다
하얀 배꽃마냥 정갈하고 가냘픈 몸,
밤낮없이 칠남매 자식들을 기르시랴
사시사철 너른 과수원을 돌보시랴
항상 따사로운 햇살처럼 사셨다

이제 앞뜰에 피어나는 꽃잎사이로
성큼성큼 다가오는 포근한 햇살을
혼자서 어루만지고 계시는 어머니
지난 세월을 꽁꽁 묶어 둔 추억들을
하나, 둘 꺼내서 어룽어룽 더듬다가
훈훈한 봄바람에 살포시 날려보신다

팔순 어머니 눈에는 지난날의 기억이
복사꽃 포도꽃으로 아롱다롱 피고지고
봄볕 내려앉는 갸름한 백발에는 하얀
배꽃이 피어나 매양 향그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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